독수리의 날

Part 2 : Battle of Britain (영국 본토 항공전)

◇ Act 5. 제 5 항공함대의 최후 ◇

(Big mistake of luftflotte 5)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3. 14

"영국 전투의 처음에서 끝까지 영국 공군은 우리에게 없는 무서운 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레이더에 의한 전투기의 관제였다. 아군 사령부와 조종사들에게 있어서 레이더의 존재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것이었다."

- 독일 공군 대령 아돌프 갈란트, 영국 본토 항공전이 끝난후 -

독수리의 날이 끝난후 독일 공군 사령부는 영국 공군 제 11 비행단의 전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고 믿었다. 이제 제 11 비행단은 채 절반의 병력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보부의 보고였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결국 영국 공군은 주요 전략거점인 남부 지방의 방어를 위해서 중부와 북부 지역의 제 12, 13 비행단의 전투기들을 제 11 비행단의 비행기지들로 이동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결국 이런 영국 공군의 열악한 상황을 역이용하여 남부 지역에 대한 공습을 더욱 강화하면서 영국 공군이 남부지역의 방어를 위해서 전투기를 총동원하면, 이틈에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주둔하고 있는 제 5 항공함대의 폭격기들을 이용하여 영국의 중부, 북부지역의 주요 시설을 강타하는 양동작전이 입안되었다. 이 작전은 모든 독일 공군 장교들이 동의했을 정도로 참으로 그럴 듯 했다. 독일의 계획대로라면 영국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얻어맞게 될 것이었다.

[ 외부 연료탱크를 장비하고 영국으로 출격 준비중인 Bf 110, 아주 장거리를 비행할 때는 후방석의 사격수를 탑승시키지 않았다. ]

하지만 독일공군이 모르고 있던 몇가지 큰 위험성이 있었다. 우선 영국 제 11 비행단은 독일이 생각하는 것만큼 전력에 큰 타격을 입고 있지 않고 있어서 중부와 북부의 전투기들을 남부로 이동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과 독일 공군의 의도가 영국의 기밀 암호해독기 울트라에 의해서 낱낱히 파악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영국 공군은 독일 공군의 무선을 분석하여 정확한 작전의 시점은 확실하지 않지만 조만간 독일 공군 제 5 항공함대가 북해를 횡단하여 쳐들어 올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더구나 영국에게는 레이더가 있었으므로 만일 울트라에 의한 정보가 들어맞아 제 5 항공함대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요격기를 내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영국 남부 지역에 설치된 철탑 구조의 레이더, 이런 구조물은 공중 폭격으로 정확하게 파괴하기가 어려웠고, 손상을 받더라도 하루만에 다시 설치하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독일 공군 조종사들에게는 큰 골치거리였다. ]

더구나 제 5 항공함대는 조종사들이 노르웨이, 덴마크에서의 전투답지 않은 전투이후에는 관광이나 하면서 놀고 먹던 입장이었다. 프랑스와 영국전투에서 영국 공군과 사투를 벌이고 있던 제2, 제 3 항공함대의 조종사들과는 달리 이들은 전우들이 전해오는 승전보밖에는 전장의 상황을 알 방법이 없어서 그들이 상대할 상대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실전경험도 거의 없었다. 더구나 직선거리가 600km를 넘는 북해를 횡단하는 장거리를 비행해야 했으므로 항속거리가 짧은 Bf 109E 전투기들은 폭격기를 따라줄 수가 없었다. 결국 호위 전투기로는 Bf 110이 따라 주어야 했는데 이들마저도 항속거리의 한계에 걸려서 연료를 더 싣기 위해서 후방석의 승무원이 없이 외부 연료 탱크를 장착하고 출격 해야 했다. 독일 공군의 예상이 들어맞는 다면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라면 만일 본격적인 영국 전투기들의 요격을 받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일 것이었다.

[ 해협을 건너고 있는 Bf 109E의 편대, Bf 110은 기대이하로 형편없는 전과를 보이고 있었으므로 사실상 이시점에서 독일 공군에게 믿을 만한 존재는 이 전투기 뿐이었다. ]

하지만 8월 14일에는 일기가 불량하여 산발적인 공습말고는 본격적인 공습은 없었다. 영국으로서는 이날 하루의 시간동안 제 11 비행단의 전력을 복구할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다. 다음날인 8월 15일 목요일이 되자 또다시 오전에는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작전을 연기하다가는 영국 공군에게 좋은 일만 시켜줄 것이 뻔했기 때문에 괴링은 날씨가 개이기 시작하자 곧장 작전에 돌입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정오가 다가올무렵 갑자기 날씨가 좋아졌다. 도버해협에는 옅은 구름들이 조금씩만 낮게 깔려 있었고 북해의 날씨는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는 전형적인 화창한 여름 날씨였다.

즉시 제 2, 제 3 항공함대의 폭격기들과 전투기들이 영국 남부의 목표들을 향해서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다. 이날 제 2, 제 3 항공함대는 새로 충원된 항공기들을 포함해서 동원 가능한 모든 항공기들을 작전에 투입했다. 결국 전투기 975대, 스투카 급강하 폭격기 190대, 폭격기 432대의 엄청난 대군이 영국 남부의 전지역에 걸쳐서 숨돌릴 틈도없이 계속 공습을 가한 것이다.

[ 폭격을 받은 영국 남부의 한 비행장, 영국 전투의 초기에는 이처럼 제 11 비행단의 주요 비행장에 대한 폭격이 극심했다. ]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독일의 공습을 기다리고 있던 영국 공군도 전력을 다해서 맞섰다. 가동가능한 모든 전투기들이 날아올랐다. 결국 영국 남부 해안의 전장 320km에 달하는 모든 지역의 하늘이 치열한 전장으로 변했다. 오히려 독수리의 날보다도 더 큰 규모의 공중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지상의 영국 병사들이나 시민들이 넋을 놓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무려 3000피트 이상의 고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중 격투전의 엄청난 광경이 전개되고 있었다. 한계에 다다른 엔진이 내는 굉음과 함께 전투기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발생하는 비행운이 하늘에 궤적을 그리는가 하면 귀청을 울리는 기관총의 속사음들이 지상에 울려퍼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쾅하는 폭음과 함께 붉게 번쩍이는 섬광이 보이면 그것은 공중 폭발한 항공기였다. 많은 파편들과 수많은 낙하산들이 여기저기서 내려오고 있었다.

[ 영국 남부 해안에서 벌어진 공중전 장면을 지상의 한 시민이 촬영한 사진이다. 양측의 항공기들이 남긴 비행운이 어지러울 정도로 뒤섞여있다. 이런 장대한 격투전이 1940년 8월과 9월에는 거의 매일 펼쳐졌다. ]

한편 남부에서 이런 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제 5 항공함대 사령관 한스 유르겐 슈툼프 장군은 자신의 부대가 영국의 뒤통수를 쳐서 전공을 올리겠다는 야심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부대를 2개로 나누어 영국 북동부의 비행장을 강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슈툼프는 영국의 전투기들은 모두 남부지역의 전투에 투입되고 있을 것이므로 거의 저항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공군 정보부의 보고서를 믿고 있었다. 사실 그는 레이더의 존재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영국이 독일 공군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표정이 어떻게 되었을까?

[ 양동작전을 의도했던 8월 15일의 작전지도, 제 2, 3 항공함대가 영국 남부를 강습하는 동안 제 5 항공함대의 폭격기들은 매우 먼거리를 날아 영국 중부 지역의 주요 전략 요충지를 강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큰 피해를 입는 대패로 끝나고 이날의 큰 손해로 독일 공군은 후에 이날을 검은 목요일이라 불렀다. ]

하여간 제 5 항공함대는 2파로 나뉘어 영국을 향해 날아올랐다. 북해를 가로지른 동안 폭격기 조종사들은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그들도 전공을 올리겠다면서 들떠 있었다. 그런데 목표지역을 15분정도 남겨놓은 거리에서 갑자기 태양속에서 여러개의 검은 점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그것은 40여기에 달하는 영국 전투기들의 편대였다. 사실 영국 공군은 1시간 전부터 이들의 움직임을 레이더로 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국 전투기 편대는 미리 충분한 고도를 확보하고 태양속에 모습을 숨긴후 독일 폭격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독일 공군도 혹시나 하고 영국 전투기 기만용의 미끼 수상기들을 미리 출격시켜 만일 영국 전투기들이 나타나면 주요 공격부대와는 다른쪽으로 유인하려고 했지만, 이들과 폭격기들간의 호흡이 맞지 않아서 거의 같은 경로를 비행해왔으므로 영국 공군기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제 5 항공군의 폭격기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 침입자의 최후! 격추된 D0 17기의 잔해를 영국 병사들이 점검하고 있다. ]

결국 Bf 110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영국상공으로 돌진해 들어오던 65대의 He 111 폭격기들은 스핏화이어와 허리케인에의해 집중공격을 받았다. Bf 109E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알게된 영국 전투기 조종사들은 마음놓고 덤벼들었다. 게다가 성능이 떨어져서 중부이북에 주로 배치된 데파이언트와 글라디에이터 전투기들까지 가세해왔다. 독일 폭격기대는 우왕좌왕하면서 이리저리 내몰리게 되었다. 순식간에 많은 폭격기들이 연기를 뿜으면서 북해로 쳐밖혔다. 게다가 호위 전투기였던 Bf 110 전투기들은 자신을 지키기에도 벅찬 형편이었다. 결국 목표 상공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쫒겨난 폭격기 편대들이 완전히 와해되어 모두 기지로 기수를 돌렸다. 이 전투에서 독일 공군은 He 111 폭격기 11기와 전투기 8기를 잃었다. 무사히 돌아온 기체들도 1/3 정도는 엔진에 피탄되어 연기를 끌고 있었거나 기체는 구멍투성이었고, 승무원들이 부상당하여 전력에서 제외될 형편이었다. 반면 영국 공군은 전투기 1기가 심한 손상을 입었으나 귀환할 수 있었다.

[빨리 빨리! 전투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재무장을 받고 있는 허리케인, 독일 폭격기들이 쉴새없이 들이닥치고 있었으므로 이러다가도 스크램블 싸이렌이 울리면 즉시 날아올라야 했다. ]

한편 또 다른 폭격기부대는 비교적 신형인 Ju 88 폭격기들로 구성된 편대였다. 그러나 이 편대는 전투기의 호위가 전혀 없는 상태로 제 12 비행단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 폭격기 부대는 성공적으로 목표 지역에 다다르는 듯 했으나 목표인 트리필드 비행장 근처에서 스핏화이어 12기와 허리케인 8기의 요격에 직면했다. 비교적 기동성과 속도가 뛰어난 Ju 88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전투기들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진후 8기의 Ju 88이 검은 연기와 함께 지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Ju 88 폭격기들이 마구 버린 폭탄에 지상에 주기해있던 영국 폭격기 10여기가 파괴되었다. 그러나 소중한 전투기는 1기도 손실하지 않았으므로 이 전투역시 영국의 대승이었다.

결국 야심차게 시작된 제 5 항공군의 공격 작전은 완전한 대실패로 결론이 났다. 제 5 항공군의 항공기들중 20%가 격추당했으며 크고 작은 피해를 입어 출격이 불가능한 기체가 1/3에 달했다. 공포에 질린 폭격기 조종사들의 보고를 받은 제 5 항공함대 사령관 슈툼프 장군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더 이상의 작전이 불가능 한 것으로 판단했다. 만일 이상태로 2-3회 더 출격했다가는 제 5 항공함대는 소멸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로서 제 5 항공함대는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완전시 손을 떼게 되었다. 슈툼프는 후에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그날 출격을 결정한 것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우리는 적에 대해서 제대로된 정보가 전혀없이 적진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때 우리는 분명히 준비가 덜되어 있었고, 영국 공군의 전투기들은 나의 폭격기들을 완전히 도륙해 버렸다."

하지만 남동부 지역에서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특히 독일 공군의 집중 폭격을 받은 제 11 비행단의 비행장들이 격심한 타격을 받았다. 독일 공군의 스투카, He 111, Do 17, Ju 88등의 폭격기들이 총 동원되어 조직적으로 내습해왔다. 결국 대부분의 제 11 비행단의 비행장들은 구멍투성이가 되고, 많은 지상 요원들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했다.

[ 휴~ 살아서 돌아왔다. 작전을 마치고 귀환중인 Ju 88, 폭격기 조종사들에게는 가장 기쁜 순간이다. ]

이날 독일 공군은 제 2, 3, 5 항공함대를 총동원하여 1780회에 달하는 출격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반면 영국 공군도 한치의 물러섬이 없이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반격했고 무려 974회의 출격회수를 나타냈다. 이것은 그야말로 공중전의 규모로서는 영국 본토 항공전이 시작된 이래 최대의 규모였고, 이후에도 이런 규모의 전투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날의 전투는 하루종일 계속 되었으며 어두워져서 출격이 불가능하게 되서야 독일 공군은 더 이상 날아오르지 않았다. 이날 양측은 서로 적기를 더 많이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독일 공군은 영국 전투기 99기를 하늘에서 떨어뜨렸다고 보고 했으며 영국 공군은 독일 전투기와 폭격기를 합쳐서 총 182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항상 그래왔었지만 양측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과장이었다. 실제 영국은 34기의 전투기를 잃었을 뿐이며 이중 전사한 조종사는 17명이었다. 반면 독일 공군은 제 5 항공함대의 처참한 피해를 포함하여 총 75기의 항공기를 잃었다.

[ 바다로 낙하한후 구조되고 있는 영국 조종사, 민간인 지원자들은 이런 조각배를 몰고서 자국의 조종사들을 필사적으로 구조했다. 만일 독일조종사인 경우에는 그냥 익사하도록 모른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

전투가 끝난후 양측 사령부는 모두 아군의 피해가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을 알았다. 특히 독일측은 영국보다 더 많은 인명 손실율을 기록했는데 많은 폭격기 승무원들이 기상에서 전사했거나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적지에 내리기 때문에 그대로 포로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전력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국 공군 조종사들은 격추당하더라도 무사히 탈출만 하면 즉시 복귀하여 다시 출격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수적으로 열세였던 영국 공군이 그나마 독일에 비해서 유리한 점이었다 .어쨌던 이는 독일 공군에게는 전격전당시의 항공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쳐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조종사들은 지상에 전혀 아군 육군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 가를 실감했다.

더구나 제 5 항공함대를 동원한 양동작전이 대실패로 끝난 것도 충격이었다 이로서 영국 남부를 방어하는 전투기들은 중부나 북부에서 증원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게다가 이토록 많은 출격을 했음에도 거의 90%에 가까운 폭격기부대가 모두 영국 전투기들의 요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영국놈들은 이렇게 많은 전투기들을 어떻게 출격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이 바로 레이더의 위력인가? 갑자기 많은 의문점이 나타났다. 그러나 독일 공군은 아직도 영국이 자신들의 무전을 거의 완전하게 해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영국의 레이더가 실로 무시무시한 탐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독일 공군이 그렇게 믿게 되면서 레이더는 울트라의 존재를 완전히 가려주는 커튼의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히틀러의 날!, 이전에 8월 15일에는 영국의 항복을 받고야 말겠다고 공언한 적이있던 히틀러를 조롱하는 내용의 신문 삽화이다. 영국 병사들이 기관총과 꽃을 들고 환영식을 하고 있고 옆에는 독일폭격기가 바다에 쳐밖혀 있다. 그림은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이 적중하여 이날 벌어진 전투에서 독일공군은 큰 실패를 했다. ]

반면 영국 공군도 난처한 입장에 있었다. 분명 전투에서 더 많은 독일기들을 격추시키고는 있었지만 전력의 열세는 확실했다. 결국 수적 열세를 더 많은 출격 회수로 커버해야 했으므로 특히 조종사들이 부족했다. 7월부터 시작된 해협의 전투이래에 경험많은 조종사들이 점차로 전사자나 부상자 명단에 올라 전선에서 이탈하고 있었다. 조종사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극심한 피로감에 젖어들었다. 많은 조종사들이 가망없는 싸움에 투입되고 있다고 믿게 되었고 실제 자신들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믿는 조종사들도 많았다. 그들의 비행장은 돌아올 때마다 구멍투성이가 되어 버려서 착륙조차 곤란한 지경이었다. 하루종일 계속된 전투로 하루에 8회나 출격한 조종사도 있어서 거의 인간이 견디어 낼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그러나 이것은 뜨거운 8월의 태양아래서 영국의 하늘이 이제 더욱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에 불과했다. 앞으로 한달의 시간동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일 것이며 독일 공군은 조금도 기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